완성도 높은 로맨스 영화란 이런 것이다.
보는 내내 설레고, 끝에는 가슴 아픈 일본의 고전 명작 영화 <러브레터 LOVE LETTER>
단순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
내 나이 29, 영화 <러브레터>를 이제야 봤다. 소복하게 쌓인 흰 눈 위로 달려가서 그대는 괜찮냐고 소리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수십 번이 넘도록 본 것 같은데, 왜 지금까지 영화 <러브레터>를 관람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영화 <러브레터>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로맨스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했고, 풋풋한 사랑에 웃음이 절로 나왔으며, 끝에는 아릿한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다.
학창 시절 도서실의 창문이 기억나
영화 <러브레터>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학창 시절의 그리운 향기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교가 나오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진짜 그 시절 내가 느꼈던 학교의 냄새와 교복을 입고 뛰놀았던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생각나게 만들지는 못했다.
영화 <러브레터>는 다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교실이 생각나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의 얼굴마저 떠오르게 해 줄 정도로 향수를 자극한다.
아주 세련된 전개
전개가 훌륭하다. 사전지식 없이 바로 영화를 관람하면 초반에는 헷갈릴 수 있다. 나는 '타임루프' 형식의 내용인가?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고, 의문은 모두 풀리며 끝에는 감동이 밀려왔다.
굉장히 세련된 전개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오가는 복잡한 구조지만 아주 단순하게 느껴지며 이해 또한 어렵지 않았다. 12살의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쉬운 전개다. 하지만 유치하지 않다. 일본 영화 특유의 오글거리는 멘트와 장면이 없다. 오히려 굉장히 담백하다.
귀를 사로잡는 OST
영화를 보는 내내 귀가 즐거웠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모든 OST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혔다.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운드는 몰입도를 높여주고, 장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줬다.
학창 시절,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요?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지나간 학창 시절, 사랑했던 동급생이 있었다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 오랜 시간이 지나 퇴색됐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일깨워주는 스토리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영상미
요즘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쁜 영상미를 가진 영화다. 보는 내내 두 눈이 즐거웠다.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 역을 맡은 세명의 배우 비주얼도 큰 몫을 했다.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 한 편, 추천합니다.
나는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다. <러브레터> 역시 다시 보지는 않을 것.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로맨스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은 없었다. 어쩌면 이제 나도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